渦中日記 2017/8/16

지금은 “한국인”으로 바뀐 것 같지만, 한국은 공항입국심사대에 오랫동안 “국민”이라고 쓰여 있었다. 일본은 “일본인”. 물론 나머지는 “외국인” 이다.( 일본 경우는 영주권이 있는 이들을 따로 구분한다.)
“국민”이든 일본인”이든, 입국자들을 공동체내외부로 구분하는 그 단어는, 그런 구분이 얼마나 수많은 “외부자”에게 비통한 경험을 하게 만들고 같은 이름으로 내부자마저 억압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그런의미에서 그저 “경계”를 말해주는 「Border」는 가벼워서 좋다. 입국이란, 그저 잠시 국경을 넘는 일일 뿐이니까. 그 안에서 내가 외부자라는 걸 이 단어는 굳이 강조하지 않는다. 대영제국시대 의식의 잔재일 수도 있겠지만, 전세계가 이런저런 네이밍으로 사람들을 구분짓고 갈등을 부추기는 이 시대에, 그나마 멋진 표지로 보인다.

지난 목요일에 참석했던 한 세미나에서 했던 나의 발언중 작심하고 단어하나를 강조했던 기사가 노린대로, 이 며칠 또다시 수많은 걸쭉한 욕들을 들어야 했다.(젊은 여성들 역시 그 대열에 있었다는 사실이 가슴이 아프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제 그런 욕들에 3년전만큼 상처받지 않는다(정말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그저, 작심하고 찾아와 사람들을 선동하는 기사를 쓴 뉴시스 기자와(심지어 그 기자는 시작전에 주최측과 잠시 실랑이한 끝에 세미나장을 나가 버렸으니 다른 기자가 달리 없었다면, 자료집만 보고 쓴 기사가 된다), 그의 의도대로 선동에 가담한 몇몇 언론과, 심지어 공식페이스북에 “그 입 다물라”라는 멘트로 페이스북유저들을 선동한 언론사페북관리자, 그리고 그의 선동에 낚인 페북유저들의 다양한 욕설이 보여주는 노골적인 여성혐오적 정황을 방치하거나 간접적으로 선동해 온 이나라의 “인권”운동가나 페미니스트들의 침묵이, 슬플 뿐이다.

아무튼 그래서, 일부러 일정을 맞춘 건 아닌데도 결과적으로 도피한 형국이 되었다. 이번엔 태양이 뜨는 방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