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환씨 입국불허 관련

어제는 과잉반응을 했다. 많은 분들께 걱정 끼쳐서 죄송한 마음이다.
재판이 없었다면, 또 신뢰했던 이가 한 일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반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충하고 싶은 말이 많으나, 불필요한 곡해가 또다시 재생산되고 있는 것 같아 우선 그 부분에만 언급해둔다. 내가 서글프고 힘든 건, 이런 왜곡들이 문화권력을 갖는 이들에 의한 것인 이상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하다못해, 이들의 목적이, 내가 지치는 것이 아니기를 바라고 싶다.

정영환씨의 입국불허문제에 대해 나는 이렇게 썼다.
`정영환씨는 한국과 북한에서 정치적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한국입국이 불허된 사람이다. 국가가 개인의 이동의 자유를 관리하는 일에 나는 비판적이지만, 이들이 한일화해에 강한 두려움을 내비치는 건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런데 박노자씨등 몇몇 사람이 기다렸다는 듯 비판에 나섰다. 그 글에 어떤 비약과 왜곡이 있는지는 글을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이라면 금방 알 수 있을테니 굳이 지적하지 않겠다.
정영환이 아니라 정부를 비판했는데도, `대북마녀사냥`이고 `마각이 드러났다`는 식으로 `멋대로, 깊이, 비틀어 읽기`가 이루어지는 현장은, 아마도 냉전후유증으로 병들어 있는 우리사회의 단면일 것이다.
어떤 젊은 연구자는 내가 재일교포를 `연구자로서가 아니라 조선적재일조선인으로 호명해 북한과 연계시키는 짓`을 했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입에 담는 연구자가 할 짓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고까지 비난했다.(젊은 연구자들은 언어예의교육을 좀 받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나의 책을 표현의 지유라는 말로 변호한 적도 없다.)

북한과의 연계를 언급하는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이들이, 기회가 될 때마다 나와 일본우익과의 관계를 증명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일본과 분명 깊은 연계관계가 있다. 그리고 누가 그걸 지적한다고 해서 문제삼지 않는다. 문제는 사실에 반하는 지 여부일 뿐.
집단명사로 호명당하는 일과, 표현의 자유문제에 민감한 이들이, 왜 나에 대한 사태에 대해서는 침묵했고 이제 직접 거들기에 나선 것인지도 묻고 싶다.

나는 국적을 갖지 않는 것을 택한 조선적 분들을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 정점에 작가 김석범 선생이 있고, 내가 `조선적`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된 것도 그 분을 통해서였다.
내가 언급한 건 오로지 `한국정부의 판단`이다. 쓰여 있지 않는 비난을 굳이 읽어내 비난하는 이들의 행위는, 위안부는 원래 일본인이 대상이었고 국가에 의해 이동당한 가난한 여성이라는 의미로 `조선인 위안부는 가라유키상의 후예`라고 썼더니 `그건 매춘부라는 뜻! `이라면서 판금을 요구한 지원단체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현 사태를 지식인의 대중화,라고 내가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쓴 글 들을, 비판자들은 멋대로 비틀어 확산시킨다, 하지만 언어를 사용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으로서, 언어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의식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나를 옹호해 준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과의 차이는, 대상과 글 자체에 대한 존중이 있는지 여부였다고 생각한다.

정영환문제에 대한 참고자료로 조관자 선생의 논문을 올려 둔다. 재일교포/조선적에 대해 말하려면 이 논문은 필수적으로 읽혀야 할 것이다. 입국제한문제에 관해서는 특히 6절이 자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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