渦中日記 2015/1/30

어제 무리했는지,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안 좋아, 검찰에 전화해서 다음으로 미루어 달라고 했다. 다음주엔 시간을 낼 수 없어서, 그 다음주로 일정을 다시 잡았다.

어제의 형사와 검사는 “조선인 위안부는 매춘부가 아니다”라는 믿음이 확고했다. 반대로, 일본인 위안부는 자발적으로 간 매춘부라고 믿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자발”의 이중성과, 일본인여성들 역시 속아 끌려간 이들이 많고 하루에 수십명씩 상대하는 일이 있었다고 설명해도 믿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어제 가장 힘들었던 건, 담당자들의 태도보다도, 비좁은 조사실에서 그런 설명을 하는 아이러니를 견뎌야 했다는 점. 20여년에 걸쳐 만들어진 거대한 인식에 맞서는 일은, 외로워서 서글프기보다는, 서글퍼서 외로웠다.

문제는 이런 류의 반응을 뒷받침하는 것이 매춘에 대한 차별이라는 사실. “순수한 소녀”에 대한 집착도, “매춘부멸시”도 양쪽다 매춘을 하게 된 이들을 차별한다는 점에서 적대적공범이다.
나는 매춘은 가능한 한 없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 길로 들어서게 된 이들에 대한 차별에도 반대한다. “강제로 끌려간 소녀”에 우리사회가 집착하는 한 위안부할머니들에게도 “해방”은 오지 않을 테니까.
(내일, 책에 대한 토론회를 합니다. 아직 추울 것 같지만, 페친 여러분들, 뵐 수 있으면 기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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